안녕하세요. 엔씨소프트 분석모델링팀 팀장 이은조입니다. 원래 지난 주에 인턴 생활기 마지막 편이 올라왔어야 했으나 그 동안 분석 과제 수행하랴 매주 블로그에 글 올리랴 고생이 많았는데 마지막 가는 길(?)까지 글쓰기 부담을 주는 건 과도한 혹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인턴 생활기는 6편으로 급종료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뭔가 끝맺음이 확실하지 않은 것 같아 마지막 편은 인턴을 처음 받아 봤던 제 생활기로 대신 마무리할까 합니다.

인턴 출근 D-7 - 미생의 오팀장을 꿈꾸며

지난 번 ‘2018 인턴 채용 후기’ 글에서도 적었듯이 180여명의 쟁쟁한 지원자들 중 2명의 인턴을 채용하게 되었습니다. 인턴은 7월 2일부터 8월 17일까지 7주 동안 현업부서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각 부서 특성에 맞는 과제를 받아 이를 수행하고 마지막 7주차에는 과제 발표 및 업무를 마무리하는 일정이었습니다.

팀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지 약 7년 정도가 되었지만 인턴 사원을 채용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나름 어느 정도 설렘과 동시에 기대와 포부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뭔가 인턴십 프로그램을 그저 학생들에게 직장 생활을 체험하는 정도로만 느끼게 하기 보다는 뭔가 철저한 실무형 교육과 과제 제공을 통해 바로 실무 투입이 가능한 역량을 키운 후 정규직 전환을 통해 슈퍼 직원으로 육성해야겠다…뭐 이런 의욕에 불타오르기 시작했죠.

그러고 보니 어떤 회사는 인턴들이 인턴십 기간 동안 연구한 내용을 토대로 어디 유명 학회에 논문을 발표했다고 하던데 ‘그래! 우리 인턴들은 100: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엄청난 인재들이니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할거야!’ 뭐 이런 생각도 들었고,

또 한편으로는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내 팀원을 감쌀 줄 아는 츤데레 같은, 마치 미생의 오차장 같은 팀장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도 가졌죠.

네 맞습니다. 인턴 출근 직전 제 상태는 의욕이 충만하다 못해 과다한 그런 상태였습니다…

이 때 누가 날 말려줬어야 했는데...

인턴 출근

드디어 인턴들이 출근했습니다. 전 좋은 첫 인상과 더불어 츤데레 이미지를 줘야 하는 만큼 지나치게 가볍지는 않으면서 그렇다고 너무 무뚝뚝하지도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동시에, 슈퍼 직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내가 아는 모든 데이터 분석 지식을 전수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세세한 것을 다 가르쳐줌으로써 자칫 물고기를 낚는 법이 아닌 물고기만 던져주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했고, 인턴들은 결국 저의 뛰어난 영도력 아래 험난한 데이터 분석가로써의 과정을 훌륭히 완수하여 최종적으로 인턴이 했다고 하기엔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과제물을 세상에 선보임으로써 모두를 감동시키는 동시에 자신들 스스로도 큰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예정이었습니다.

아마 인턴들이 이런 제 생각을 알았다면 이런 반응을 보였겠죠...

\(cor(기대감, 실망감) \approx 1\)

그리고 당연히 이런 제 과도한 기대감은 짧은 시간 안에 실망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참고로 저희 팀은 회사의 다양한 데이터를 다루는 부서이다 보니 거의 항상 입사 초반에는 데이터 접근에 필요한 환경 구축 및 접근 권한 신청에 며칠을 소비하게 됩니다. 심지어 주요 데이터에 접근하기 위한 권한 승인을 모두 받는데는 보통 몇 주가 걸리곤 합니다. 인턴들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출근한 첫 일주일은 거의 분석 환경 구축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모해야 했죠.

하지만 전 7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인턴들에게 데이터 분석가로서의 역량을 완성시켜야 했기에 마음이 초조해졌습니다. 그래서 이것 저것 분석 시스템 및 게임 데이터 관련 자료들을 쏟아붓듯 인턴들에게 알려주고 어서 실력을 키우라고 닥달했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막상 구체적으로 교육을 하려고 보니 실무를 안한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신규 입사자에게 교육을 할만큼 충분히 기초적이고 세부적인 사항들이 기억도 안나기도 하고, 말이 좋아 물고기를 낚는 법이지 대체 어디까지 알려주고 어디까지는 시행착오를 통해 직접 깨닫도록 해야 할지도 감이 잘 안오더군요.

이렇게 교육이 뜻대로 되지 않다보니 인턴들도 기대만큼 잘 따라와 주지 않아 답답함은 더해만 갔습니다. 게다가 분석 주제를 자율적으로 정해서 한번 진행해보라고 했는데 가져오는 아이디어나 탐사 분석 결과들도 영 시원찮아 보였습니다. 결국 초반의 과도했던 기대감은 점차 실망감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인턴들이 너무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뭐...실제로 이렇게 얘기한 적은 없습니다...

개인면담

결국 인턴 기간 중간에 개별 면담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제가 갖고 있는 불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그 동안의 모습이 기대에 못미쳐서 실망스럽다. 요즘 이런 말 하면 꼰대 취급 받을까 조심스럽지만 열심히 안 하는 것 같다. 사회적으로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지금은 역량을 쌓기 위해 노오력이 필요하다 등등

그런데 막상 인턴들의 얘기를 들어 보니 그들 나름의 어려움? 난감함? 같은 걸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열심히 하고 싶은데 뭘 어떻게 열심히 해야할지 모르는 막막함이 있었던 거죠. 학교에서는 한번도 다뤄보지 않았던 분석 환경 속에서 생소한 데이터를 다뤄야 하는 데다가 학교에서는 보통 정형화된 자료를 갖고 주로 모델링이나 검증 위주로만 과제를 했는데, 갑자기 알아서 분석 주제를 정하고 raw 데이터를 갖고 탐사 분석을 해보라고 하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겁니다. 제 딴에는 물고기 낚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야생에 내팽개쳐진 느낌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인턴들 입장에서는 인턴 생활이 이런 느낌이었을것 같네요...

이후 방식을 바꿔 어떤 피처를 뽑아 어떤 주제로 분석할지를 세세하게 정해주었습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방향이 주어지니 인턴들의 업무 집중력이 놀랄만큼 바뀌더군요.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로 분석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동안의 문제는 인턴들이 아니라 제 코칭 방식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냥 알아서 열심히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주어야 했고, 더 나아가 그런 최적의 환경은 각자 다르기 때문에 어떤 이에게는 모든 걸 자율에 맡기는 것이 좋은 반면, 누군가에게는 좀 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었죠.

에필로그

결국 다소 늦은 깨달음이었지만 다행히 이후에는 인턴분들이 남은 기간을 하얗게 불태운 끝에 무사히 과제를 마쳤습니다. 휴가를 다녀온 인턴들과 마지막 면담을 하면서 미안한 마음에 많은 얘기를 해주지는 못했습니다만 글로나마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면담에서 두분 모두 인턴 기간 동안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 뭔지 느낄 수 있었다고 했는데 저야말로 코칭과 관련하여 제 부족한 점을 깨닫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턴분들에게는 플래그십 추천을 통해 저희 팀에 정직원으로 입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안’했습니다. 제안을 할 때 솔직히 우리 팀이 그리 편한 팀은 아니고 성과에 대한 압박감도 심한 편이어서 다른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퇴사율이 높은 편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저 좋은 면만 보이려고 하기 보다는 장단점을 솔직히 얘기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만 솔직히 너무 부정적인 얘기만 한건 아닌지 약간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제 제안을 받아들일지 선택은 그들에게 달려 있고 아마 조만간 결정이 나겠지만 결과가 어찌되든지 지난 두 달간의 시간은 저에게도 큰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모쪼록 앞으로도 같이 일하면서 서로에게 성장의 발판이 되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2018년 여름 인턴 생활기를 모두 마치겠습니다.